Page 5 - [남미복음신문_827호]2022년 4월 17일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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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복음신문  www.nammicj.net                                           오피니언                                          2022년4월17일 주일              5



                                                                   골묘에서 어머니를 만나 한참             없어지지”라는 말에는 더 이             아버지는 금년에 겨울에도 얼
                  정찬성 목사의 복음자리 이야기
                                                                   서 있습니다. 아내가 사진 찍            상 할 말을 잃습니다. 먼저 가           지 않는 온실 하우스를 지으
                    어머니 무덤에 핀 제비꽃                                  어 남기는 것에 정신을 차려             신 어머니, 함께 일을 맞들             시겠다고 말씀하셔서 우리 모
                                                                   집으로 갑니다. “아버지 저             며 농사를 돕던 어머니 생각             두를 감사하게 했습니다. 커
                           유권사님,       가는 날 바람에 가로수 벚나             희들 왔어요.” 크게 인사하             을 잊으려고 더 고난한 길을             피나무도 심고 바나나도 심으
                          한국의  봄       무 길에 꽃비가 쏟아지고 있             고 건강은 어떠시냐고 안부를             택하시는 것입니다. 집앞 텃             시겠다고 했습니다. 파인애플
                          은  짧지만       고 노란색 개나리 울타리를              묻습니다. 내일 아버지 모시             밭에는 넝쿨강낭콩이 대가리              무화과를 심어서 겨울에도 자
                          화려합니         지나서 선산 입구에 들어서              고 병원에 가기로 동생과 일             를 바짝 세우고 몸살 끝난 모            랄 수 있는 온도인 17도 이상
                          다.  성실,      자마자 진달래가 활짝 핀 얼             정을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더             습이고, 앙상하게 전지한 복             을 유지하시겠다는 것이 당
                          겸손, 사랑       굴로 가로막습니다. 진달래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괜찮             숭아나무도 꽃을 달았습니다.             신 구상입니다. 삼중비닐하우
                          이란  꽃말       외로운 봉분 두 기인 납골묘             다”며 우릴 안심시키시며 하             굵은 가지만 남기고 다 잘라             스 온실입니다. 어머니의 가
          처럼 보라색의 앉은뱅이 꽃은              에 아들이 왔노라고 나름 큰             시던 일을 계속하십니다. 아             준 포도 넝쿨이 겨우 시렁에             신 빈 자리를 메우고 두 분이
          시멘트 바닥 틈새에서도 흔히              키로 주변에 전파합니다. 그             마 옥수수를 심는 날인 모양             불안하게 붙어 있습니다. 겨             함께 사랑하던 자녀사랑이 이
          볼 수 있습니다.                    러면 무덤가 잔디 사이에 앉             입니다. 비닐 하우스 온실에             울 지나고 그해에 나온 새줄             제 자녀들의 부모사랑으로 승
           제비꽃은 제비가 돌아오는               은뱅이로 핀 제비꽃이 알았다             서 미리 모를 부어 한 뼘 이상           기에만 포도가 달린다는 것을             화되는 날들이 계속 이어지길
          음력 삼월 삼짓날 즈음에 피              고 고난의 색 보라를 겸손하             큰 찰옥수수 모입니다. 옥수             아는 농부들의 포도사랑 법입             기도했습니다. 자녀세대인 우
          는 꽃이어서 제비꽃이라고 부              게 추스르며 수난주간을 공지             수 모가 한 경운기 바닥에 잔            니다.                         리들도 그렇지만 손자녀 세대
          른다고 합니다. 요즘 그 제비             하고 있습니다.                    뜩이라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키고 지지하는 자녀들의              가 한마음이 되어 여섯 녀석
          꽃을 비롯해서 벚꽃, 진달래,              고난주간, 한 주간에 있었던            심는 것도 문제지만 키우고              부모님 사랑하기                    이 매달 백여만원씩 통장에
          목련, 개나리가 세상천지입니              죽음으로 가면서 생긴 사건들             옥수수를 따고 넉걷이 할 때              늘 두 분이 평생 일군 살림살           보내고 어떻게 쓰셨는지를 확
          다. 보라색꽃을 피는 현호색              을 요일별로 나눠서 교회 말             는 일이 또 많아집니다. 베고            이가 이제는 혼자만 남은 아             인하고 있다고 하니 돈이 아
          과 노란색의 양지꽃도 요즘이              씀방에 묵상자료를 올리는 일             걷고 갈아야 김장배추를 심게             버지에 대해서 자녀들이 초긴             니라 손자녀 들의 관심에 대
          제철입니다.                       도 한국에서 목사가 해야할              되기 때문입니다.                   장입니다. 수시고 전화로 확             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한 요
           봄꽃들이 어머니 무덤가를               일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거리가 힘겹게 많은 거 아            인하고 안부를 물어 관심을              즘입니다.
          장식합니다                        보라색입니다. 유권사님, 앉             니냐고 쉬엄쉬엄 하시라고 참             표명합니다. 장손인 아들 용
           유권사님, 지난 2월에 세상             은뱅이 제비꽃을 밟을까봐 잔             견을 좀 했습니다. “그래 알            기가 자주 할아버지를 찾아뵙                            정찬성 목사
          을 떠나신 어머니의 무덤에               디를 조심스럽게 밟으며 납              았다, 그래도 바빠야 잡념이             는다고 동생이 대견해합니다.                  (브라질선교교회 담임)


          ◆ 문학의 길에서 ◆                                              몸을 녹여주는 장소는 이만              에 건물이 들어서며 자연이              를 담을 수 있다. 다큐 프로그
                                                                   한 곳이 없다. 술래가 잡으러            훼손되는 일이 많아지고 철거             램에서 ‘가요 1번지’라는
                                번지                                 와도 일단은 깜깜하기 때문에             민이 속출하는 시기에 시인              추억의 노래를 시청하며 1번
                                                                   쉽게 찾질 못한다. 얼떨결에             김광섭씨는 [성북동 비둘기]             지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당이 살고 있기 때문이고 고              숨어서 조금 있다 보면 또 한            라는 시를 발표했다. [성북동            동시에 떠오르는 ‘유머 1번
                                      골은 한자의 옛(古)라는 뜻을             무리의 동무들이 삼삼오오 쪼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지’라는 코미디 프로도 생각
                                      앞에 붙여 마을이 처음으로               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희미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이 났다. 1번지는 번지의 시
                                      생긴 오래된 마을이라는 뜻이              하게 보인다. 어쩌면 모두 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작이다. 가요의 시작점이요,
                                      다. 동무들과 가장 많이 드나             곳에 숨으려고 작정하고 숨바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             유머의 시작인 것이다. 그러
                                      들던 동이점은 동이(질그릇,              꼭질을 하자고 한 것 같다. 안           슴에 금이 갔다.(생략) 채석장           고 보니 ‘번지 없는 주막’
                                      항아리 같은 것)를 만드는 곳             골은 조금 동떨어진 곳에 있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이라는 노래도 자동으로 떠오
                                      이 마을 한 가운데 있었는데              다. 깊숙이 산을 끼고 움푹 패           지붕에 올라 앉아/아침 구공             른다. 문패도 번지 수도 없는
           내가 살았던 시골 마을은 번            그곳에 제일 높은 곳에 산처              인 곳으로 내려 앉은 듯한 이            탄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주막이다.
          지가 없었다. 지금도 생생히             럼 우뚝 솟은 가마터가 있어              곳은 마을이라고 해야 하는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가              일단 번지가 붙여지게 되면
          기억되는 동네의 이름은 무당             서 그릇을 굽는 날에는 연기              지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달             서/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소유자가 분명해진다. 비둘기
          골, 고골, 동이점, 안골… 이           가 마을 전체를 몰아가듯 산              랑 두 집이 마을의 이름을 가            닦는다]                        는 그 번지를 자꾸 만드는 인
          런 이름이었다. 몇 가구 살지            을 휘돌아 하늘로 치솟곤 했              지고 있는 데, 그것도 같은 성            사람들은 번지가 필요해서              간들에게 쫓기고 소외된 비둘
          않은 내 고향 마을은 웬만하             다. 가마터가 있는 이 곳에 이            을 가진 큰 집과 작은 집이다.           자꾸 만들고 있는데 비둘기는             기 같은 인간은 종내 인간의
          면 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           름이 동이점이다. 숨바꼭질               지금은 집배원이라고 부르는              피난하듯 자리를 떠나 번지를             소유욕으로 다시 쫓기게 된
          리지만 마을을 이루는 곳곳에             놀이로 아주 제격인 곳이다.              그 당시에 우편 배달부가 편             잃어버린다. 지향 없이 쫓기             다. 누구 것인지 알아도, 몰라
          다리가 있거나 개울이 있으면             그 안에 들어가면 숨을 잘 쉴             지나 안부를 전할 때 ‘어느             며 옛날을 그리워한다. 비둘             도 그만인 번지 없는  어릴 적
          경계선을 이루어 다시 마을              수 없고 아무리 조심한다 해              골에 아무개에게’하면 다 통             기의 번지는 삶의 보금자리요             내 고향 마을이 지금은 너무
          이름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도 티가나는 시커먼 재를 묻              한다. 그래서 번지가 필요 없            시의 상징성으로 보자면 비둘             나도 그립다.
          마을에 이름에는 각기  의미             히고 나오지만 늦가을에 입성              었던 것이다.                     기는 소외된 인간이 삶의 터                            김동순 권사
          가 있다. 무당골은 그 곳에 무           이 변변찮은 아이들의 썰렁한               70년대에 산업화로 도심지             전을 상실한 것이라는 의미              (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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