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남미복음신문_768호]2021년 1월 8일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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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남미복음신문  www.nammicj.net                                      오피니언                                                2021년1월8일 금요일


              ◆ 제6회 세기언 주최 신앙도서 독후감 공모 우수상 수상작 ◆                                               황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상황              은 그리스도인들의 고통과 박
                                                                                               이다.                           해 속에서 하나님도 역시 고통
                                    ‘침묵’을 읽고                                                    동판에 새겨진 그리스도의 얼              과 박해의 어려움을 같이 겪으

                                                                                               굴을 밟은 로드리고는 발에 통              신 것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있
                                     페레이라의 제자인 로드리고               의 활동을 하다가 잡히면 문제             증을 느끼지만 그의 마음은 더              었던 수 많은 고통의 현장에서
                                    와 가르페는 도무지 믿기지 않              가 생겼다. 경찰은 나를 이민청            욱 처절한 고통과 비애를 느낀              도 주님은 함께 하셨다. 초기교
                                    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직접              에 고발하여 추방하겠다고 하              다. ‘밟아라. 네 발의 아픔을             회의 수 많은 순교자들과 스데
                                    현장에 가서 그 사실을 확인하              였다. 그리고 앞으로 종교활동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              반의 순교에서도 주님은 같이
                                    고자 일본행을 결정한다. 그리              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             라.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너희             괴로워하셨고 죽음 이후의 승
                                    고 마카오에 들어서 일본인 기              고 했다.                        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              리의 기쁨을 같이 누리셨다.
                                    치지로와 만나 안내를 받게 된               물론 이것은 목숨과 바꿀 정도            가를 짊어진 것이다’라는 음                몇 일 전에 한국에서 학교를
                                    다. 그러나 일본에 도착한 후              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성을 듣는다.                       다니는 딸이 연락 왔다.
                                    얼마 되지 않아 가르페는 순교              나의 앞으로의 사역에 대한 중              성화상을 밟고 자신이 믿는 그              “아빠, ‘지는게 이기는 거’
                                    하는 신자들을 보고 달려가다               요한 결정이었다. 중대한 선택             리스도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라는 말이 무슨 뜻이야?”
                                    가 목숨을 잃게 된다. 이 상황             의 기로에 있을 때에 어떤 결정            된 로드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왜?”
              김봉춘 선교사               에서 신은 ‘침묵’하게 되었               을 할 것인가? 당시 나는 몽골            ‘나는 침묵하고 있던 것이 아               “기숙사 옆 건물에 사는 남자
          (몽골 베다니마을 교회)             고 로드리고 신부는 박해에서               어를 쓸 수 없다고 하고 영어로            니다. 너희들과 함께 괴로워하              들이 자꾸 담배꽁초를 우리 마
        이 책은 내가 한국국제협력단             피해서 도망하던 중에 기치지               썼는데, fanatical activity를 하   고 있었다’ 그리스도는 침묵               당으로 던져”.
       (KOICA)소속 봉사단원으로 몽           로의 배신으로 밀고되어 체포                                            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고통받               나는 딸에게 답했다.
       골에서 근무하던 1994년에 한            된다.                                                        고 있었다. ‘약한 것(배교)이              “그냥 ‘우리는 담배꽁초를
       선교사님으로부터 빌려 읽은                로드리고는 페레이라를 만났                                            강한 것(순교)보다 더 괴롭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써
       책이다. 당시에는 거의 고립된             고 페레이라가 로드리고에게                                             않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붙여.”
       사회에서 살던 때라, 이 책 역            순교보다 배교를 설득당한다.                                            그리스도의 음성이었다.                   “그리고 대항하지 말고 그들
       시 고립감을 주면서 마음에 부             로드리고는 배교를 거절한다.                                             로드리고 신부는 자신들이 고              의 양심에 맡겨 보자고.”
       담이 많았던 상태에서 읽은 책             로드리고는 자신이 믿음을 끝                                            통 당하는 그 순간에 그리스도               그리고 그 후로는 담배꽁초를
       이다. 이 책은 17세기 일본에            까지 지키고 이겨 내야 하는지                                           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딸의 숙소 울타리로 버리지 않
       서 그리스도인을 탄압하는 시              아니면 배교하더라도 여러 사                                            들과 같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              았다. 딸이 이렇게 답을 보내
       기를 배경으로 쓰여졌다.                람들을 구해내야 하는지를 고                                            을 깨닫는다.                       왔다. “아하, 이게 지는게 이
        선교사를 파송한 로마의 예              민하게 된다. 그는 스승 페레이                                           이 책의 제목인 ‘침묵’은 행             기는 거라는 말이구나”.
       수회 본부에서는 일본의 가혹              라가 결국 그 문제로 배교하게                                           여나 하나님의 침묵으로 오해                예수의 공생애는 죽음으로 마
       한 박해에 굴복해서 페레이라              된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도 배                                          될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떤 상             무리 지었다. 그러나 그 죽음은
       가 배교하고 말았다는 소식을              교하지 않으면 고문당하는 신                                            황에 빠져도 하나님은 아무런               이김으로 완성되었다. 즉, 부활
       듣게 된다. 페레이라는 1609년           자들을 구해 줄 수 없다는 고뇌                                          반응도 없이 그저 우리는 당하              하심으로.종종 그리스도의 뜻
       일본에 잠입하여 1633년까지             에 결국 자신도 성화상(후미에)             지 않겠다고 썼다. ‘광신적 종            고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맞는가 아닌가를 두고 고민
       선교하던 중에 체포되었다. 혹             을 밟게 된다.                      교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쓴              이 책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내게
       독한 고문을 받는 과정에 동료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영어를 몰            도록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익이 있으면 그리스도의 뜻
       와 신자들의 고문에 더 큰 고통            최악의 경우, 사람은 고민하게              랐기 때문에 ‘각서’를 받고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고 이익이 없고 손해와 고통
       을 느껴 배교하게 된다. 카톨릭            되고 갈등하게 된다. 내가 몽골             말았고, 얼마 후에 그 경찰은             우리의 삶의 모든 모습에 깊               이 있다면 그리스도의 뜻이 아
       선교사인 신부가 일본인 이름              에서 처음 갈등은 집집마다 방              다른 지역으로 전출되었다. 지             이 관여하신다. 기적을 베풀어              니라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으로 개명하고 일본인 여성과              문하여 전도하고 성경공부 하               금은 그 지역에 교회가 세워지             상황을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뜻이 우리에게 끼치
       결혼하여 지낸다는 소식에 로              다가 경찰에 발각되었을 경우               고 현지인 목회자가 안정되게              하나님의 방식으로 무엇인가                는 손해와 이익으로 평가하는
       마 카톨릭의 본부에서는 큰 충             였다. 당시 종교비자를 받지 않             목회하고 있다. 물론 작은 비유            를 말하고자 하실 때에는 ‘침              것이다.
       격에 빠진다.                      았기 때문에 비자 취득 목적 외             이지만 로드리고의 당시의 상              묵’으로 함께 하신다. 수 많                          <4면에서 계속>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속히 사라지길 기도합니다





                                                                              위기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





                                                                                                                               남미복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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