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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첫 번째 호(통권 제 14 호)
34 여행 사람과사회 People&Society
| 미서부 여행 열두번째 스토리 |
말을 타고 계곡을 누비고
산을 타고 정상을 누리고
뒤로 밀려간다
캐년 오버룩에서 바라보이는 자이언 캐년
1마일 왕복 길이의 캐년 오버룩 트레일은 자이언에서는 꼭 가봐야 할 최고의 코스다
尹여사의
“‘느리게 보는 세상”
캐년 오버룩 트레일
(14)
자이언국립공원 of Patriarchs는 처음으로 산 가까이 들어서
서 계곡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우리를 에워
캐년오버룩 정상에 오르다
싼 세개의 바위 봉오리의 이름은 아브라함
아이작 제이콥 이다.
불안으로 고삐를 꼭 쥐어 잡은 내손이 쥐가 Patriarch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한국말
날 정도로 제인은 곡예 하듯 길의 한 쪽 끝만 로 족장, 가장, 원로, 장로, 혹은 한 집안에서
골라 걸었고(말 등 위에선 실제보다 훨씬 무 가장 나이가 많고 권위 있는 남자 어른, 나이
섭게 느껴졌다는) 등위에 올라앉은 나는 내 가 많고 지식과 덕을 많이 쌓은 사람, 종족이
내 고삐를 늦출 수 없었다. 온몸이 잔뜩 긴장 나 부족의 우두머리라고 설명되어 있다. 높
을 했고 그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다란 산 세 개가 평평한 땅을 중심으로 삼각
자이언의 웬만한 높은 봉우리는 다 올라 형을 이루며 마주보고 선 모습에서 원주민
가 봤지만 말을 타고 계곡 속을 따라 경치를 이후 처음 미국 땅을 밟았던 사람들이 붙여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눈높이에 따라 보여 놓은 이름이다.
지는 모습이 다르다는 건 익히 알았지만 수 원로 혹은 족장들의 코트라는 이름에 각
케년 오버룩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 발아래는 절벽이다.
풀의 이파리 하나하나, 계곡의 큰 바위 하나 각의 산 이름을 성경에 나오는 3세대 믿음의
하나가 슬로우 모션으로 다가와서 뒤로 밀 조상인 아브라함 아이작 제이콥이라는 이 졌지만 아랑곳 할 여력도 없어서 천천히 걸 으로 들어서야 한다. 그곳을 지나고 나면 몇
려갔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름으로 붙여놓은 것에 새삼 그 의미를 생각 어 셔틀정차장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 벌러 백 미터 앞쪽에서 유턴을 하거나 하여 갓길
우리의 목적지인 Court of the Patriarchs 해 본다. 덩 드러누웠다. 하늘이 파랬고 알 수 없는 꽃 주차공간을 찾아야한다. 어느 곳이든지 주
에 드디어 다다랐다. 가이드는 우리 사진을 말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사진 몇 장을 찍 잎인지 씨앗인지 눈발처럼 여기저기 휘날 차가 가능했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건네받았다. 그토 고 돌아 나왔다. 내리면 다시 올라 탈 수 없을 리고 있었다. 트레일 입구는 돌과 흙으로 만들어진 계
록 여러 번 찾아온 자이온 이었지만 Court 것 같아서였다. 슬펐다. 오던 길에 왼쪽 낭떠 남은 하루를 이쯤에서 포기하고 숙소로 단으로 돼있다. 좀 가파르지만 레일이 있기
러지 끄트머리를 따라 걷던 제인은 가는 길 돌아가자는 말에 안돼, 정신차릴거야 하며 때문에 수월하다. 처음 얼마 동안은 평범한
엔 오른편 낭떠러지 끄트머리를 따라 걷는 애써 일어나 앉았다. 아직 한 곳을 더 들러야 산길을 걷듯 하고 조금 지나면서 폭이 좁은
다. 전생에 분명 서커스하는 말 이었을게다. 했다. 바로 캐년 오버룩 트레일이다. 길을 꼬불거리며 걷게 된다. 그리고 불현 듯
덕분에 나는 온몸에 힘을 주고 안감힘을 써 Canyon Overlook 트레일은 왕복 1마일 나타나는 구멍이 숭숭난 발판 아래로 절벽
야했고 그 결과 외승을 마치고 말 등에서 내 정도 길이로 시작점에서부터 최고봉까지 높 이 나타나고 아주 잠깐 레일에 의지해 그곳
려 서너 발자국을 떼고는 무릎과 전신에 맥 이 변화는 약 50미터 정도라 누구라도 쉽게 을 벗어나면 산 허리를 파고 든 듯한 넓직한
이 풀려 쓰러졌다. 오갈 수 있는 트레일이며 또 자이온에서 가 공간으로 들어선다.
말 그대로 쓰러졌다. 옆엣 사람이 혀를 끌 장 대표적인 트레일이라 할 수 있다. 단점은 동굴이라기엔 깊이가 없고 그냥 산길 이
끌 차는 소리가 아련히 들렸지만 하늘이 노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아침 일찍 도 라하기엔 너무 푹 파인 묘한 곳이다. 바로 코
래졌고 구토를 할 것만 같았으며 온몸이 부 착하던가 아니면 요행을 바래야 한다는 점 앞에 마주한 바위산들 틈으로 시원한 바람
들부들 떨리고 식은 땀이 흐르면서 몸이 차 이다. 을 받으며 그늘을 즐길 수 있는 휴식처다. 우
가와졌다. 30여분을 벤치에 누운 채 정신 줄 트레일 시작점은 자이온의 유명한 터널을 리는 바위를 찾아 걸터앉은 채 한 숨 돌리
을 놓았다. 다시는 말을 타고 외승 하나 봐라. 지난 동쪽 끝이다. 트레일 입구 바로 앞쪽 주 고 간식을 먹기로 했다. 핸드폰 카메라의 여
한참 지나 물을 마시고 어느정도 정신을 차공간은 겨우 8-10대 정도여서 주차공간 러 기능을 활용해 그럴듯한 사진도 몇 장 찍
수백미터 높이의 케년 오버룩 정상에서 하늘로 차릴 수 있었다. 사람들의 힐끔거림이 느껴 을 발견했다면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오른쪽 었다.
날아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