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남미복음신문_825호]2022년 3월 25일 지면보기
P. 5

남미복음신문  www.nammicj.net                                          오피니언                                        2022년3월25일 금요일               5



                                                                 줄 모르고 자랐습니다.  허벅            리 교회 터에는 두 그루에 바            니다. 여행하다보면 나지막
                정찬성 목사의 복음자리 이야기
                                                                 지 두께의 줄기가 여럿 생겼             나나가 열렸습니다. 한 그루             한 야산의 끝 간 데 없는 바나
                교회 뜰에 열린 바나나 이야기                                 습니다. 그리고 계속 새 줄기            에 대여섯 층은 기본이고 꽃             나 농장을 한참 달리면서 이
                                                                 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대             자루 끝까지 잘 열리면 십층             래서 바나나와 뿌리식물 만지
                         유권사님,        요즘 우리 뜰에는 바나나가             단히 왕성하구나 하고 감탄              은 가볍게 돌파할 것입니다.             오까가 구황식물이란 말을 듣
                        요즈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열              하는 사이에 굵은 줄기에서              한 층 단위로 두세 손이 달려            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
                        거의  매일       리고 있습니다. 바나나가 열             바나나 꽃자루가 아래로 내              있으니 참 대단한 식물임에              니다. 처음에 브라질에 이민
                        밤  천둥번       리는 과정이 신비합니다. 주             려오면서 줄줄이 꽃을 피우              틀림이 없습니다. 일 년 내내            온 동포들이 한국에서는 상상
                        개를  동반       먹덩이 만한 꽃이 꽃자루를              고 아기 손가락만한 바나나              심심치 않게 관찰하고 맛보고             도 할 수 없는 바나나 가격과
                        한 비가 무       한 단계 내릴 때마다 바나나             가 한손씩 두 손씩 계속 층층            함께 나누는 일이 계속될 듯             소고기 가격에 놀라서 질리도
                        섭게  옵니       가 맺히고 그러기를 여러 주             이 열리는 것입니다. 점점 바            합니다. 우리 교회 뜰에 열린            록 먹다가 나중에는 바나나
         다. 여긴 한국과 반대니까 지            동안 계속하면서 여러 손의              나나가 굵어지고 길어져서 우             오동통한 바나나 마상은 비교             와 고기를 먹는 습관을 배우
         금 늦여름에서 가을로 진입하             바나나가 길고 단단한 꽃자              리가 흔히 시장에서 사는 바             적 비싼 종류입니다만 바나나             게 되었다고들 합니다. 바나
         는 시기로 3월 20일이 추분            루에 주렁주렁 열립니다. 1             나나 크기가 되었습니다.  그            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손            나 1킬로그램 가격은 종류별
         입니다. 한국은 겨울에서 초             년 반 전에 마성(maca)이라           리고 바나나 표면이 약간 노             가락 크기의 작은 우리나라에             로 차이가 있습니다만 Maca
         봄을 향해 진입하는 때일 것             는 사과맛이 조금나는 그런              란 색을 띠기 시작하여 자루             서는 몽키 바나나라고 부르는             의 경우 한국 돈으로 3000원
         입니다. 수시로 비가 오고 천            고급진 바나나 묘목을 아구아             채 자르고 놔두었더니 먹을              금 바나나(Ouro)를 비롯해서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Ouro
         둥,번개가 치다보니 처음에는             성베드로의 이은희 권사가 분             수 있게 되어 운좋은 이웃 친            제일 흔하고 일반적인 나니까             는 2500원, Prata는 2000원
         늘 덥고 늘 푸른 최면에 걸려            양을 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            구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             (Nanica), 당뇨에 좋다는 쁘         쯤 하고, Nanica는 1500 정도
         서 계절이 없는 줄 알았습니             라 집수리를 위해 함께 방문             리고 열매 맺은 원 줄기도 잘            라따(prata), 사과맛이 나는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 물
         다. 그런데 오래 살다보니 이            했던 안토니오에게도 원줄기              라줍니다. 그래야 옆에 난 작            마성(maca) 등 여러 종이 시          가가 오른 가격이지만 한국에
         제는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에서 포기나누기 방식으로 분             은 줄기가 또 왕성하게 자라             장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비해서 훨씬 저렴하고 농약
         있더군요. 교우들이 ‘목사님             양을 했습니다. 저는 교회 부            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우기             일천종이 넘는 구황식물 바             없이 재배되고 산지에서 익은
         브라질 사람이 다 되셨다’고             지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인지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             나나                          후에 수확하기 때문에 상대적
         놀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몸살을             는 비가 내릴 때마다 바나나              바나나는 전세계에 1천여 종            으로 맛이 있습니다.
          천둥 번개에 바나나가 익는             앓는 것 같더니 왕성하게 포             의 길고 큰 잎이 바람에 흔들            류가 분포하고 있으며 어떤                             정찬성 목사
         다                           기가 나눠지고 하늘 무서운              리며 서걱거립니다. 지금 우             토양에서도 잘 되는 것 같습                  (브라질선교교회 담임)



         ◆ 문학의 길에서 ◆                                             인 표현으로 나타내 더욱 마             라는 생각을 하게되며 빠져들             기다리다 우연히 눈에 띤 시
                                                                 음에 와 닿는다. ‘눈이 부시            고 만다. 그의 작품이나 사상            집이 있어 뒤적이다보니  그
                          푸르른 날                                  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             을 언급하며 한 때 비난의 화            안에 ‘푸르른 날’ 시가 있
                                                                 을 그리워하자’라는 구절은              살이 던져지기도 한 것은 유             다.
                                     작품 속에서 다시 만나 본다.            그리움이 저절로 묻어나오고              감스러운 일이지만 수많은 그              반가움에 읽어 내려가다 그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             ‘저기 저기 저 …..’하며 가           의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들이             만 이 구절에 이르자 헉헉대
                                     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             을 끝 자락에 마구 흩어진 가            이 모든 것 위에서 언제나 마            며 울고 말았다. 예고 없이 순
                                     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           을 나뭇잎들을 정신 없이 바             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대부             간에 일어난 일이다. 음식이
                                     이 지쳐 단풍드는데/눈이 내             라보는 듯한 시인의 모습이              분의 사람들은 ‘눈이 부시게             곧 나올텐데…… 주체할 수
                                     리면 어이하리야/봄이 또 오             청순한 소년과도 같다.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없이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면 어이하리야/내가 죽고서               한국의 보들레르 라고 불려             그리워 하자’라는 구절을 좋             어쩔 줄 모르고 당황했던 기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             지기도 했던 미당은 노벨 문             아한다.                        억이 있다. 그 때의 일이 어제
         인생의 삶을 배제해 문학이              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             학상 후보에 여러번 오르기도              푸르른 날만 그리운 사람을             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다. 고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              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             했으나 2000년 수상을 하지            그리워 할 이야 없겠지만 푸             국엔 봄이 오고 있을텐데 여
        나 인정하는 보편적인 진리               워하자.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나셨              르른 날이 주는 맑고 깨끗한             긴 낙엽이 시작된다. 초록이
        이다. 입증할 수 있는 근거라              [푸르른 날]은 정지용 님의            다.                          마음이 우선이 되어  보고 싶            지쳐 단풍이 드나보다. 지치
        면 작품 속에 작가의 성장과              시 [향수]와 더불어 엮어서              전북 고창이 고향인 미당 선            은 이를 그리워하자는 순수성             도록 달려온 세월의 무게를
        정이나 그들 나름대로의 사상              읽히는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생님은 하얀 색의 모시 한복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용히 떨어뜨릴 이 계절에,
        이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그             시다. 그의 시는 지하철 역에            을 즐겨 입으셨는데 그래서              해본다. 시의 4 행에 ‘초록            그래도 그리운 사람을  그리
        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주옥              서도 만날 수 있고 가수 송창            인지 먼 발치에서도 시인의              이 지쳐 단풍드는데’의 구절             워 하는 마음을 조금 더 가져
        같이 피어난 작품들을 만나보              식씨의 노래말로도 익숙하다.             모습은 유난히 돋보였다. 눈             이 특별한 느낌일 때가 있었             보자.
        는 산책의 시간이 나의 졸고              특별한 수사법이나 기교도 없             의 시선을 허공에 두고 느리             다. 이민 온 후, 어느 해였던
        안에서 시작된다. 학창 시절,             이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그            고 차분한 목소리로 강의하시             가? 교민이 운영하는 조그만                            김동순 권사
        은사이셨던 미당 서정주 님을              리움을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             는 음성을 들으면 말이 곧 시            분식점에 음식을 시켜 놓고               (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1   2   3   4   5   6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