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남미복음신문_841호]2022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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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남미복음신문  www.nammicj.net                                    오피니언                                              2022년7월22일 금요일



         ◆ 문학의 길에서 ◆                                             나의 자존심이자 나의 전부인             있지만 문학 소설과 기독교              가야 느끼는 고독이라면 이미
                                                                 것을 그래도 끼고 있어야 나             서적의 순위를 아직 젖히지              인간관계의 본연을 상실한 것
                          고독의 힘                                  의 존재를 잃어버리지 않을              못한 실정이다. 며칠 남지 않            이 되고 만다. 내가 버려야 할
                                                                 거라는 얄팍한 속임수에 말려             은 기간에 다 정리를 해야 하            것과 지켜야 할 것은 바로 무
                                     히 버려야 한다고 시작한 어             들어 그랬던 것 같다.                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고             엇인가. 정리해야 한다는 것
                                     느 날, 정작 정리는 말 뿐, 자           음악 지도를 하기 시작하며             독은 병적인 외로움을 미화하             은 나를 지키는 일을 더 많이
                                     꾸만 한 켠으로 물건들을 옮             여행길에 오를 때마다 구입한             여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갖고 싶은 욕심이고 버려야
                                     겨 놓으니 매한가지다. 날리             음악 서적이 방하나를 차지한             하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정             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의 얽힌
                                     는 먼지와 까맣게 묻어나는              다. 바이엘, 소타티네, 인벤션,          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고독을             인연들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발바닥 닦는 일이 더 분주하             교회 음악용 악보들...... 취미         느끼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모든 서적들은 곧 나의 전부
                                     다.                          삼아 배운 띠종이 접기, 종이             안병욱씨는 [고독을 그리워             이자 나와 관계된 사람들과의
                                      일이 없어서 심심하면 심심             로 꽃 만들기, 심지어 바느질            하며]라는 수필에서 교훈적              끈이다.
         넓지도 않은 집 안, 구석구석            한대로, 그렇게 살아도 될 일            놀이...... 이에 필요한 서적과         이고 논리적인 설득으로 때론              먼지 털어 다시금 정리하니
        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잡             을 아무 일도 없이 사는 것은            재료들이 또 한 무더기다. 인            고독이 필요한 것임을 나타냈             그 속에서 온갖 것들이 소중
        동사니들을 꺼내 놓으니 정말              무의미하며, 실속 없이 세월             터넷이 없었던 시절에 유일              다. [사색에는 조용한 시간이            한 보물이 되어 다시 내 속에
        어마어마하다. 왜 이유가 없              을 허비하는 일이라며 잠시              하게 자료를 통한 지식 습득             필요하다. 우리는 사색하기              힘을 주고 있다. 없앤다고 없
        겠는가! 다 사연이 있어 버리             의 틈도 두지 않고 달려 온 그           은 서적뿐이었으니 여행 가방             위해서 주위의 접촉에서 격리             어지는 게 아니다.
        지 못하고 끼고 돌다 보니 이             시간들과 함께한 잡동사니들              에 반 이상을 온통 이런 것들            되어 조용한 장소를 구한다.              이미 든든한 버팀목으로 튼
        렇게 쌓이게 된 것을.                 을 처분해 버리듯, 정리하려             로 채울 수 밖에 없었다. 차라           더구나 자기 성찰에는 그러한             실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는데
         거추장스럽다고 침대 밑으로              고 시작했건만 또 그 속에 빠            리 소모되는 것이라면 없어지             환경이 요구된다. 고독은 사             말이다. 혼자 고독을 느낄 수
        쑤셔놓고 생활 공간을 넓게               져들어 허우적댄다. 이민 길             겠으나 고스란히 쌓여만 가는             색하기 위한 조건이다. 우리             있는 힘은 이론이 아니라 생
        써야 한다며 다락 장까지 만              에 오를 때 달랑 서너 개의 가           짐들은 당당히 지금도 제자리             는 고독 속에서 자기가 자기             활 속에 실제가 있다는 것을
        들어 머리 위에 올려 매달아              방이 고작이었던 보따리 안에             를 차지하고 있다. 가르치는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는             깨닫게 해준 휴가 중의 한 날
        놓고 산지, 꽤 오래다. 휴가             꼭 가져가야 한다는, 먹을 것            대상들도 각각이어서 교재도              다.] 고독은 혼자만의 시간을            의 얘기다.
        같은 방학에 마음 다져 먹고              들을 따돌리고 소중히 가져              다양하다.                       요구하는 것 같지만 그게 마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정리하              온 것은 국어국문학 총서 스              최근에는 한국 국어 교과서             음대로 되는가.                                   김동순 권사
        려고 벼르던 날을 잡아 과감              무 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와 참고 교재로 도배를 하고              사회 관계 속에서 떨어져 나             (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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