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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КОРЕЙСКИЕ НАРОДНЫЕ ВЕСТИ 겨레일보 2022.        06.14 (화)  NO.4450
       ■ [송광호기자 북한탐방 하이라이트] 1984년, ‘의식주’를 ‘식의주’로




























                                                                                 ▲ 묘향산 보현사

                                                                                다래 서너 개를 사서 처음 맛보았다.
                                                                                머루, 다래 등 예전부터 말로만 듣던
                                                                                열매들을 드디어 묘향산에서 발견했
                                                                                다. 머루와는 달리 다래는 내겐 구하
                                                                                기 힘든 열매였다. 다래는 초록색으로
                                                                                대추만 한 크기로 달콤했다.
                                                                                다음날 묘향산 관리인이 대웅전 앞 보
                                                                                현사 역사와 13층 석탑 관련해 한창
                                                                                설명할 때였다. 옆에 섰던 안내원이
                                                                                뜬금없이 “보현사가 뭡니까”하고
                                                                                물었다. 관리인은 “절입니다” 한마
                                                                                디를 던지곤 하던 말을 계속했다. 안
                                                                                내원 쪽으론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이때 잠시 머리에 혼란이 왔다. ‘평
                                                                                양에서 내려온 인텔리 안내원이 어찌
         ▲ 최건국 선배와 류미영 어머니(최덕신선생).
                                                                                북쪽의 묘향산 보현사를 모르나.’ 무
         느 날 안내원과 함께 묘향산으로 갔다.                                                  안해할까 봐 내색은 안 했으나, 의문
           어   평안북도에 소재한 묘향산은 누               지난 1984년경부터 김일성은                  점은 여전히 남았다.
               구든 방북 일정에는 빠지지 않는                                                 관동 8경의 하나인 양양 낙산사가 얼
         다. 당일 왕복 행이 가능하니 웬만하면                 관용어로 쓰이는 ‘의식주’                   마 전 산불로 전소됐다고 전했을 때
         하루 관광 일정에 들어있다. 평양에서                   단어를 ‘식의주’로 바꿔                   관리인은 “아, 그렇습네까. 우린 전
         묘향산까지 차로 약 2시간 거리다. 보통                사용하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혀 모릅네다. 우리도 관동 8경에 두
         아침에 떠나 저녁에 돌아온다. 해외교포               식생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개 갖고 있디요. 내금강 삼일포와 해
         들 중에는 묘향산이 금강산보다 더 좋다                  그때부터 북한 공용문건과                   금강 총석정이디요” 한다. 절 옆에
         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묘향산의 울                 출판물은 의식주 표현 대신                   소나무로 꾸민 한반도지도 독도 부분
         창한 산세나 분위기는 금강산과는 상당                 식의주라고 쓰기 시작했다. 김                  솔잎이 노랗게 변해있었다. “요즘 일
         히 다르다. 안내원 얘기론 묘향산 계곡                   주석의 ‘먹는 문제’를                   본 때문에 시달려선지 독도 잎이 시들
         (냇가)으론 주민들의 접근을 허용 않는                 강조하면서다. 그는 ‘옷이나                  었네요”라고 하자, “일본 놈들이 독
         다 한다. 단순히 오염을 막기 위한 수단                                                 도를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데 말도 안
         이라고 말한다.                            주택은 부족해도 참을 수 있지만                  되지요” 거들었다. 그동안 만났던 안
         묘향산을 서너 번 다니다 보니 한번은                  먹는 문제는 타협이 절대 안                  내(지도)원들을 전부 지식인으로 알고
         호텔에서 미리 준비해준 도시락(점심)으               되는 우선적 문제’라는 것이다.                  있었다. 관광총국 산하 안내원이든,
         로 냇가에서 식사하고 1박을 한 적이 있                   중국의 경우 진작부터                   사업 관계나 이산가족담당이든, 일반
         다. 인적이 없는 냇가에 흐르는 물 그대               ‘식의주’로 사용하고 있다.                   책임지도원이든 김대(김일성대학) 등
         로 떠 마시기도 했다. 묘향산 봉우리를                                                  대학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르다 산 중턱에서 만난 한 노파로부터                                                  (북한탐방 13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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