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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성결교회와 신학 제41호 (2019 봄) 특집 | 워라밸 시대와 교회
특집
소확행 시대와 교회의 대처
최동규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소확행’ 이해하기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딸아이는 한국에서 나름 명망 있는 리서치 회사를 몇
년째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더니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깜짝 놀라서 사직서를 낸 이유를 물었더니 오랫동안 준비해 온 유럽 여행
을 가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무비자로 갈 수 있는 3개월 간 여행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너무나 놀랍고 황당했다. 요즘에 노력해도 취업하지 못해 마음
고생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멀쩡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 둔다는 생
각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심지어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감정을 누르고 딸
을 달랬다. 그런 계획이라면 휴직을 하고 다녀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딸은 회사에서도 그렇게 제안했지만 회사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
냥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였다. 너무나 단호하고 확고한 입장이어서 어떤 말로
도 아이의 계획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유럽으로 떠난 딸아이는 3개월 동안 온
유럽을 헤집고 돌아다닌 뒤 햇볕에 그을려 까무잡잡한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얼굴
만큼은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듯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