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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규 | 소확행 시대와 교회의 대처 27
(postmodern culture)라고 말한다. ‘후기 근대 문화’ 또는 ‘탈근대 문화’로 부르기
도 하는 이 문화적 양식은 이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규명하는
틀이 된다. 하지만 이 문화적 양식 자체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목적이 아니므로 뒤
로 미루고 여기에서는 이런 문화적 이해의 틀을 활용하여 ‘소확행’ 현상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 보자.
먼저 ‘소확행’이란 용어 중 ‘작은 행복’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표
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거대담론(meta discourse 또
는 grand narrative)을 거부하고 해체하려는 포스트모던 현대인들의 특성을 반영
한다고 봐야 한다. 거대담론이란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다양한 이야기 주제 가운
데서 좀 더 포괄적이거나 높은 수준에 속한 것들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니 하는 것들이다.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현실적인 삶의 양상
을 설명하는 거대한 이론 체계나 사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거대담론들
은 너무나 작위적이고 규범적인 특성을 띠고 있기에 종종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추
상적인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거대담론과 대칭을 이루는 말은 미시담론(microscopic discourse)이다. 현실
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미시담론을 구성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야
기들은 바로 이 미시담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사람들이 거대담론에 집착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
3)
대적 상황이 그런 현상을 만들어냈다. 모이는 곳마다 사람들은 세상 또는 사회
가 잘못되었으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 체제와 경제 체계를 바
꿔야 한다고 외쳤다.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실행할 때에는 소위 집단적인 대의명분
(大義名分)을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집단 또는 사회의 이익이
우선되었다. 그러다보니 집단적인 대의명분에 의해 개인의 생각과 삶이 무시되거나
말살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인들은 이런 거대담론을 거부하고 미시담론을 추구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거대담론보다는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런 현상 이면에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환경 내지
3) 최동규, “한국 포스트모던 문화의 도전과 교회성장의 과제,” 「신학과 실천」 제20호 (2009): 3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