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성결과신학 V.42

28 성결교회와 신학 제41호 (2019 봄) 특집 | 워라밸 시대와 교회

는 조건에 대한 논의를 너무 쉽게 포기하려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하나의 추론인데,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엄청난 삶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
다. 직장에서 일은 힘들고 월급은 더디게 오르지만 대조적으로 집값과 물가는 가
파르게 올라 삶의 부담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취업이나 결혼, 주택
구입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불평한다. 지난 2019년 6월
2일에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
서에 의하면 ‘소득격차가 너무 크고, 성공하려면 부유한 집안 출신이어야 한다’고
4)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국민의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는 대부분의 서민들이 우리 사회의 평등성과 공정성에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
음을 의미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이제 사회적 계층의 이동이나 충분한 부의 축적
등과 같은 삶의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희망을 포기하고 대신 자
신의 삶의 형편 가운데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찾는다. 그것이 이른바 ‘소확행’인 것

이다. 이렇게 보면 ‘소확행’은 부정적인 사회적 현실에 의해 만들어진 ‘슬픈 행복’일
수도 있다. 건강한 사회의 담론은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
루어야 한다. 개인주의적 사고와 행동만으로는 사회 변화를 충분하게 담보할 수
없다. 건전한 사회 발전은 ‘소확행’을 넘어서 자신의 삶이 투영된 사회 변화를 추구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2. 합리적 이기주의

‘소확행’을 선호하는 현상에 담긴 또 다른 문화적 코드는 합리적 이기주의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철저하게 자신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
런 모습은 아마도 합리적 이성과 보편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현실에 의해 한
껏 불안해진 자아의 자연스러운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불합리한 세계에서 가장 중
요한 것은 자신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나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일

4) 정외식 외 6명,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Ⅴ)-사회갈등과 사회통합』, 한국사회보건
연구원 연구보고서 2018-30 (2018년 12월 발간), 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