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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규 | 소확행 시대와 교회의 대처 25
이것은 내가 가족에게서 겪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유의 일을 비단 나만 특
별하게 겪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경험이야 똑같지 않겠지만 그런 행동에 담긴
사고방식은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동일하게 겪고 있다. 간
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다른 것들을 얼
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태도가 그런 행동에 담긴 문화적 코드다. 이를 두고 ‘소
확행’(小確幸)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
대에 발간한 수필집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한 신조어다. ‘작지만 확
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
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
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라고 했다. 1980
년대 일본 버블 경제 붕괴가 불러온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가 묻어나는 용어다.” 1)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소확행’ 곧 작지만 확실한 행
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행복 추구 경향은 갑자기 튀어
나온 현상이 아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따르면 2000년대 이래로 한국에서
는 행복과 관련된 사회적 관심사가 몇 차례 변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소확행’에
2)
이르렀다. 2000년대 초반에는 ‘웰빙’(wellbeing)이 사회적 화두가 됐는데, 이 현
상은 ‘잘 사는 것’의 기준을 삶의 질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반영하였다. 2010년대에
는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차원이 사람들의
관심사로 부상하였으며, 그 후 최근에는 ‘소확행’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서 ‘소확행’의 트렌드를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먼저, ‘소확행’은 사람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이것은 특별히 맛있는 음식에 몰리는 현상으로 나
타난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
편함을 감수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햄버거 체인점인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의 팝업스토어 행사가 강남역 근처에서 진행됐
1) 다음백과.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201XXX1802043
2) 김난도 외 7인, 『트렌드 코리아 2018』 (서울: 미래의 창, 2017), 262.

